쥐똥말똥의 세상여행

[여행61일째] 페즈(Fes)의 미로골목 메디나..

아프리카 Africa/Morocco

오늘은 페즈의 메디나로 가기로 했다.

메디나는 '그 지역에서 가장 먼저 마을이 생긴 구역'을 뜻하는 말인데,

대부분이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복잡한 길들이 가득한 오래된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메디나'가 있는 지역은

예전에 한 때 잘 나갔던 곳이라 여겨진다.

 

모로코에서도 9400여 개가 넘는 골목길로

그 명성이 자자한 페즈의 메디나를 방문하기로 했다.

어제 기차에서 만난 압둘아저씨가

자신이 일하는 테너리(Tannery, 전통가죽염색공장)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가죽 판매를 담당하는 압둘 아저씨는 메디나에서 나고 자라서

그 복잡한 메디나의 길을 다 꿰고 있었다.

 

아저씨를 10시에 만나서

테너리로 갔다.

가는 길에 아저씨는 모로코의 역사와

페즈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는데,

짧고 간결한 매우 유익한 설명이었다.

현지 모로코는 크게 3개의 인종이 섞여 있는데,

원주민인 발발(Barbar??), 아랍인, 무리쉬(스페인에서 쫓겨난 무어인)

이 그 세 인종이라 한다.

(사실 그 나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정신이 없다. ;;;; )

 

태너리에 도착했다.

그 냄새가 지독하여 민트(박하)잎을 코에 대라고 준다는데,

우리에게는 그렇게 지독한 냄새가 아니었다.

아마 메디나의 구석구석 큼큼한 냄새를 맡아가며 아저씨를 따라 가느라

어느 정도의 냄새에 익숙해 졌는지도 모르겠다.

 

테너리 가죽염색 현장.

하얀 통은 가죽기본공정하는 곳..

검거나 색이 있는 곳은 비둘기 똥으로 털구멍을 없애거나 색을 입히는 곳..

 

아마 여기가 비둘기 똥 있는 곳인가?  라고 생각해 본다.

 

이렇게 박하잎을 코에 대라고 준다..

 

완성된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드록 있는 장인..

 

테너리를 볼 수 있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천연가죽을 만들기 위해는 거의 2달이 걸린다고 한다..

엄청난 시간과 노고에 놀랐지만,

다행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매우 세다고 한다.

 

가죽 기본 손질에 2주일이 걸리고,

비둘기 똥물에 가죽의 털구멍을 제거하는 작업에 일주일이,

색감을 입히는데 2주일이 넘게,

또 말리고 마지막 공정 작업에 2주일이..

공정이라는 것이 그냥 물에 담궈만 놓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그 무거운 가죽을 두 번씩 꺼내서

세탁을 하고 다시 넣고 하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한다.

그 과정이 참 대단해 보였다.

그 많은 가죽을 하루에 두 번씩 꺼내서 세탁하고 다시 넣고,

지겹고 힘든 과정을 거친 가죽이라

내려오는 길에 만져 보는 가죽의 느낌은 남달랐다.

 

뭔가 사고 싶었는데,

다들 엄청 비쌀 것 같아서

슬리퍼를 하나 사기로 했다.

샤프란으로 색을 입힌 노랗고 잘 만들어진 귀여운 슬리퍼.

250 디르함을 줬다.. … 3만원 정도?

바가지를 쓴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현지인 가격보다 꽤 비싸게 주고 산 거라 확신하지만,

가죽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산 슬리퍼라

그 가격 정도면 그들의 노고에 적당한 가격을 지불했다고 본다.

기분 좋게 슬리퍼를 들고 태너리를 나섰다.

속소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

실제로 보면 정말 귀엽고 튼튼하다. ㅎㅎ

우리가 흔히 사상하는 뾰족뾰족한 슬리퍼는 아랍스타일..

이렇게 앞에 둥그런 슬리퍼는 발발(Berber) 스타일....

 

다음으로 간 곳은 페즈 뿐만이 아니라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대학..

압둘 아저씨에게 현지 지명을 들었지만,

기억이 안 난다. .;;

들어갈 때 10디르함을 내고 들어간다.

내부가 아름답긴 했지만,

이미 알함브라를 보고 난 터라

정교한 아랍 문양에 크게 감동을 받진 못했다.

 

아주 작은 대학..

첫 학교였다고 하니.. ㅎㅎ

 

여기가 강의실로 쓰인 곳이라 한다.

 

여기가 교수가 서서 강의했던 곳이라 해서 서서 한번 찍어 봄..

 

다음 장소로 가는 길..

이건이 당나위(dunkey) 인지.. 노새(mule) 인지 모르겠지만..

좁은 골모이 많은 메디나에서는 오토바이도 무용지물..

이렇게 당나귀와 노새로 모든 짐을 나른다.

가면서 똥을 두두두두 눈다.. ㅡ.ㅡ;;;

 

메디나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메디나를 내려다 본다.

 

대머리 압둘 아저씨를 따라가는 나...

 

메디나의 모습들..

 

역시 메디나의 모습들..

 

당나귀와 노새만이 짐을 옮길 수 있는 좁은 골목...

 

또 골목..

 

다음으로 간 곳은 UNESCO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이자,

정부 공식 카페트 판매처인 어떤 멋진 건물로 갔다.

우린 전혀 카페트를 살 생각이 없었지만,

 20개가 넘는 카페트를 정신 없이 펼쳐 대는데,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 왜 이러는 거지

우리가 정말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긴장이 점점 됐다.

 

장삿속에 밝은 이 사람들은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말똥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계속 나에게 물어 본다.

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제일 맘에 드는 걸 골라보라고,

그러다가 말똥이 관심 없다고 하니까

말똥에게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라고

사 주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결국 우리는 카페트를 사지 않고 나왔지만,

너무나 적극적으로 카페트를 펼치는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웬만해서는 그냥 나오기가 꽤 힘들다.

그것이 아라비아 상인들의 상술인 듯

To make someone feel guilty..

(누군가의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

패키지 투어를 간 사람들도 한번씩은 들르는 곳인 것 같은데,

정말 카페트에 관심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일 듯 했다.

한국은 카페트 문화권이 아니기도 하고..

물론 사진은 찍을 수 없기도 하고..

문양 하나 하나가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기 때문에

외부로 새어 나가는 걸 막는다.

 

 

메디나의 골목..

 

역시 또 골목..

 

다음으로 들른 곳은 페즈에서 유명한 금속세공품 점..

많은 금속세공품점이 있지만,

압둘 아저씨가 자기 친형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 곳..

주인을 만났는데 하나도 안 닮았다.

카페트 가게에 이어서 갑자기 신뢰도 급감.;;;

 

금속세공품점 내부..

램프도 판다.

 

이렇게 장신구도...

많이 보다가 맘에 드는 은팔찌를 하나 발견했다.

무게를 재어 봤다.

11g 정도 나왔는데

2,850 디르함

한국 돈으로 40만원이 다 되어가는 돈다.

너 미쳤니?

바로 은팔찌를 원래 위치로 가져다 놓고,

                                                  안 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숫자는 잊어버리란다.

원하는 가격을 말하란다. .;;;;

더 신뢰가 안 간다..

갑자기 500디르함에 주겠다고 한다.

더더욱 신뢰가 안 갔다.

결국..

가격은 300디르함(4만원) 까지 떨어졌고,

우리는 더 믿을 수가 없었고,

밖으로 나갔다.

 

이래서 아라비아 상인들이 세계 3대 상인 중에 들어간다고 하는 모양이다.

값은 자기 마음이다.

모든 가격은 협상 후 결정된다.

그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이 바로 아라비아 상인들이다.

아랍권에서 무슨 물건을 살 때에는,

반값이 아니라 10분의 1가격으로 깎아 부르고

흥정을 시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까 슬리퍼도 150디르함이면 충분했던 가격이 아니었을까… ;;;;

하지만 가죽염색공정도 봤고,

너무 맘에 드는 디자인이라서 만족한다.

이번 여행 때 기념품은 엽서가 전부였는데,

이 슬리퍼를 이번 여행을 통틀어 기념하게 될 기념품으로 간직하겠다.

 

 

다음으로 간 곳은 레스토랑..

우린 여기에서 기분이 너무 상해서 불만이 폭발했다.

물론 겉으로는 표현 못하고,

속으로만 꾹꾹… ,.;;;;

 

압둘 아저씨는 여기가 별로 비싸지 않은 곳이라고 해서 데리고 갔는데,

자기는 일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몇몇 가지를 추천해 주고 나갔다.

빠스띠야라는 달짝지근한 시나몬 고기 파이(?) ,

닭고기 꼬치랑,

모로칸 샐러드와 음료 2개를 시켰는데

584 디르함이 나왔다.

.;;;

거의 8만원에 가까운 돈

미친 가격

압둘 아저씨는 없다.

현지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메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50 디르함 정도면 충분한 현지가격이었다.

4배에 가까운 돈을 주고 먹은 점심

그냥 이것도 ‘a part of experience(현지 경험 중 하나)’ 라고 생각하고 나왔다.

씩씩거려봤자 우리만 손해니까

 

식당 내부..

 

모로칸 샐러드 라는 것..

 

치킨꼬치랑 밥.. 말똥 식사

 

모로코 전통음식 빠스띠야.. 맛있긴 하다.

 

바로 이 식당임..

절대 가지 말 것.!!!!

 

이것이 레스토랑 이름.. 절대!!! Never ever!!

 

복잡한 메디나를 한참 헤매고,

어느 착한 한 아이의 도움으로 우리는 무사히 숙소(Riad)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2시의 땡볕에 아마 고생 무지했을 거다.

 

돌아왔더니, 우리의 룸메이트였던 스티브가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있다.

저녁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영어&라틴어 선생님을 하고 있는 스티브는

정말 온화하고 친절한 영국인이다.

사실은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영국에서 일하고 있기에 그냥 편하게 영국인이라고 소개한단다.

우리의 경험담을 듣고 놀라지도 않는다.

아마 더 한 케이스도 많이 본 모양..

그냥 a part of experience 라고 생각해야 한단다.

우리도 수긍했다.

 

숙소는 매우 좋았다.

완전 모로코 전통양식의 건물..  

 

'ㅁ'자 건물..

우리 방에서 내려다 본 1층 홀

 

숙소의 천장..

밤도 아름답지만, 낮에는 자연광이 정말 아늑하다.

스티브와의 대화가 너무 즐거워

스티브에게 한국 전통의상 기념품을 주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영어교사로 2년 일했을 때

한국인 학생들이 자신을 너무 존경해줘서 고마웠다고 한다.

영국 학생들은 선생님을 그렇게 존경해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영국에 돌아와서 선생님 할 때 처음에 너무 당황했다고..

그리고 영국에서 축제를 할 때 한복을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amazing(놀라운, 엄청 아름다운) 했다고..

그래서 우리가 준 기념품이 너무 좋다고.. ㅎㅎ

 

 

 

우리가 준 기념품을 너무 좋아했던 스티브..

 

 

 

스티브와 함께 간 식당. 블루게이트(Blue Gate) 근처에 있음.. 강추!!

 

 

스티브가 비행기 타러 가기 전에 뭘 먹는대서

내친 김에 우리도 냉큼 따라 나섰다.

처음으로 모로코에서 맘 편하게 뭔가 밖에서 먹으러 나가는 길.. 

난 민트티를 마셨고.

(모로코 민트티는 정말 최고!!)

말똥은 쇠고기 요리 같은 것을 먹었다.

물론 밥과 프렌치 프라이가 있는 든든한 식사로..  

엄청 맛있게 먹고 60디르함 밖에 안 나왔다.

그냥 고마워서 팁이라도 더 주고 싶었지만,

모로코에서는 더 이상 그런 호의 따위는 생각하기 싫었다.

그게 원래 가격인 걸..

점심도 이렇게 먹었어야 했던 걸

 

 

내가 마신 민트티(The a la menthe fraiche). 10디르함.

 

 

 

스티브와 블루게이트 앞에서.

 

 

정말 현지인은 믿으면 안 된다..

심지어는 리아드(Riad)의 직원들이 권하는 것도 믿으면 안 된다.

리아드(Riad)는 영어로 말하면 Guesthouse

한국으로 치면 민박 정도..

모로코 스타일의 전통숙소에서 머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현지경험이 되는 것 같다.

거기에서 제공하는 투어까지는 참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숙소에 머무는 투숙객들과 친해지면,

먼저 온 투숙객들에게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스티브와 함께 했던 것처럼ㅎㅎㅎ

 

숙소에 들어와서 쉰다.

여기가 제일 아늑하고 맘이 편하다.

원래는 페즈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갈 생각으로 왔지만,

내일 오전에 아침을 먹고 라바트로 바로 갈 생각이다.

 

리아드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들이 말하길,

페즈에서의 첫날밤은 다들 엉망이라고 했다.

스티브는 첫날 밤 여자 2명이 길을 안내해 준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성접대에 응하겠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만난 다른 외국인들도 다른 불편하고 안 좋은 첫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는 다들 좋아진다고 한다.

우리는 둘째 날을 즐기기 전에 떠난다.

 

 

 

 Riad Verus(우리 숙소) 옥상에서 페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늘어진 말똥.. ㅎㅎ

시원한 바람에 피곤이 싹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