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말똥의 세상여행

[여행45일째] 크르크(Krk) 섬

유럽 Europe/Croatia

아침 9시쯤 일어나 샤워를 했다.

어제 그 일본 커플인지 다른 방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물을 홀라당 다 빼서 버려서

난 찬물에 샤워했다. ㅠㅠ

일어나자마자 날벼락이다.

그래서 말똥은 샤워 패스! ㅋㅋ

 

오늘의 일정은 크르크(Krk) 섬에 다녀와서 오후에 성에 올라가는 것이다.

원래는 크레스(Cres) 섬에 가려고 했지만,

크레스 섬으로 가는 배는 늦은 오후에만 출발하기 때문에

크레스 섬에서 1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의 예정된 일정은,

16개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1,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1,

그리고 카우치써핑 친구인 Juriko (Vadazdin)에서 2

이후에 포르투갈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크레스 섬에서의 1박은 불가능했다.

대신 이름이 특이한 크르크(Krk) 섬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로 가긴 하지만 일단 섬은 섬이니까. ㅋㅋ

크르크 크르크 크르크

이름이 정말 재미있다.

모음이 없다.

 

리예카는 작은 어촌 마을 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리예카의 항구의 규모는 꽤 컸다.

인천이나 부산에서 볼 수 있는 컨테이너 선박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그렇게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음에도,

깊은 물의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맑다는 것!!

그래서 바닷가임에도 바닷가의 퀴퀴한 냄새가 전혀 안 난다!!!

신기하다!

 

크르크 섬으로 갈 표를 끊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갔다.

사실 그 섬에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

Juriko가 섬을 다녀 오는 걸 추천하니까 가 보는 거라서,

뭘 기대하고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표를 끊는다.

육지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으므로.. ;;; ㅎㅎ

 

 

 

 

크로아티아 어를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편도 각 63쿠나(Kune)

예약비 4쿠나(Kune)

왕복 할인 32 쿠나(Kune)

# 50 쿠나 = 1만원 #

 

예약비같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런 거 받으면 완전 욕 얻어 먹지만,

외국에서는 미리 자리를 확보하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해 준다는 의미에서

예약의 경우 서비스 비용을 조금씩 더 받는다.

팁도 그렇고 예약비도 그렇고,

이래저래 한국인에겐 귀찮고 어이없는 존재들이다.

 

크르크 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

어디로 가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

지도 따위 없다.

이거 터미널만 구경하고 다시 돌아가는 거 아님? ;;;;;

 

갑자기 덕적도가 떠올랐다.

대학교 다닐 때 친구 세명이랑 덕적도를 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다들 운전할 줄도 모르고,

당연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려고 생각하고 섬에 들어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기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가거나,

섬에 자신들을 태워줄 사람이 있거나,

뭔가를 렌트하거나,

이러지 않은 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았다.

대중교통은 버스가 유일했는데,

2시간에 한대 뭐 이러거나,

노선이 없거나 그랬다.

덕적도에 있는 유명한 해변들로 걸어 가려다가,

너무 더워서 포기

그냥 숙소로 돌아와서 조금 놀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섬으로 놀러 갔으면서

펜션 앞 자그마한 해변에서 모래를 만지면서 놀고,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솔밭 산책을 했던 게 다였다.

다들 놀러 가자고 해서 내가 장소를 알아봐서 갔었는데,

정말 준비가 부족했던 여행이었다. 

아마도 어려서 그냥 떠나본다는 자체가 신나고 흥분되었던 걸까

아무도 날 탓하지 않았다.

그 때를 생각하면 친구들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덕적도의 여행이 떠올랐다.

오늘도 그렇게 허무하게 하루가 가 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약간 되었다

버스터미널로 나서서 해변이 있다는 곳으로 걸어 갔다.

!

예상을 뒤집고 별장 같은 건물들을 지나

아주 아름다운 해변과 산책로가 나왔다.

물이 정말 맑고 바다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

 

해변을 묘사하자면

모습은 동해와 똑같고, 물의 깊이는 서해와 똑같다.

소나무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물은 맑고 얕아서 자연수영장으로 너무 좋았다.

바닷물이 계곡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말똥이 먹어봤지만 짜다.

바닷물은 바닷물이다!

 

 

 

바다인지 계곡인지 모를 맑은 물...

 

 

계곡 같이 맑은 물이지만 짜다. ㅋㅋ

 

 

이렇게 꽃이 만발한 산책로도 있고...

 

 

 

이렇게 한국의 동해안 같이 솔밭 산책길도 있다.

한국이라 해도 믿겠다... ;;;

 

 

우리가 다가가도 절대 움직이지 않던 다람쥐? 청솔모?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건가... ㅎㅎ

 

 

맑은 물을 벗삼아 앉아 있는 말똥...

 

 

마치 물 위에 앉아 있는 듯한 쥐똥...

!

이래서 아드리안 해가 유명한가 보다.

물이 정말 맑지만, 깊지 않고,

해변에는 소나무 숲을 비롯해서 야생화들이 가득한 산책로가 있고,

휴양지 치고 그리 비싸지 않은 음식 가격에

흰색과 핑크빛 주홍색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의 날씨가 좀 흐려, 그 아름다움이 조금 반감된 것 같지만,

날씨가 맑고 살랑살랑 바람만 좀 분다면,

아주 끝내줄 것 같았다.

 

한 시간이 넘게 해변에 앉아서 놀았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다.

아직 성수기 직전인데다가 평일이라,

해변 산책로에는 아무도 없다.

우리가 해변을 통째로 렌트한 것 같았다.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냥 여기 진짜 좋다~’ 라는 말만 연발했다.

 

한참을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터미널 근처로 왔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해변 반대쪽으로 걸어 갔다.

오잉!

여기가 번화가였군!!!

방향을 반대로 잡고 걸어서 운 좋게 해변을 구경했던 거였다.

아마 이 쪽으로 먼저 왔었다면,

요트와 레스토랑만 잔뜩 구경하다가 돌아갈 뻔 했었다.

 

 

 

요트가 가득히 정박해 있고, 멋진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떤 크르크 섬...

 

 

레스토랑을 죽 둘러 보고,

내가 먹고 싶은 해산물 리조또와

말똥이 먹고 싶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파는 곳 중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앉아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음식이 조금 짰지만,

맛있었다.

특히 해산물 리조또가 더 맛있었다.

 

 

 

내가 시킨 해산물 리조또.

말똥은 앞으로 리조또만 시키겠다고 했다.

 

 

말똥이 시킨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매우 짰다.

 

 

서양에서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밥을 먹으면,

꼭 서버나 매니저 같은 사람이 와서는 식사 어떠냐고 물어본다.

안 물어봤으면 좋겠는데,

꼭 물어본다. .;;;

 

어제도 생선요리 먹는데 갑자기 와서 물어보길래

당황해서

‘Oh, I love this salad! (샐러드가 제일 맛있다!)’

이렇게 대답해 버렸다. ;;;;;;

서버가 이상하게 쳐다봤다.

메인요리인 생선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건데,

어이 없게 샐러드가 맛있다니.;;;

내가 대답해 놓고도 마음 속으로 머리를 댕댕 쳤다.

이건 마치 설렁탕 집에 가서 주인한테

깍두기가 제일 맛있어요.’

 하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오늘은 꼭

“It’s great!”(훌륭해요!)

이렇게만 대답해야지 하면서 생각했고,

다행히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내 리조또는 정말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쿨쿨 잤다.

깨니 리예카에 거의 도착.

내려서 성에 올라가려고 했지만,

또 비가 온다.

 

렌터카를 알아보려고 렌터카 회사를 찾아봤지만,

4시가 지났다고 문 잠그고 퇴근해 버렸다. ..;;;;

너희 돈 벌고 싶은 거 맞니? .;;;;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다고!!!!!

 

별 수 없이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가려면 그렇게 가야 한다. ㅠㅠ

직행이 없어서 카를로박(Karlovac)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리예카에서 새벽 6시 버스를 타야,

카를로박에서 갈아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짧다고 한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쉬다가,

지금 카를로박으로 가는 버스티켓을 사러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호스트 언니가 지금 사 놓는 게 좋다고 해서..

 

일단은 휴식!!!

내일 5시에 일어나야 한다.. ㅠㅠ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새벽 5. 혹은 5시 반에 일어나는 게 일상이었다.

일터가 멀어서..

벌써 내 몸은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