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똥말똥의 세상여행

[여행42일째] 빈트가르 국립공원 그리고 블레드 성

유럽 Europe/Slovenia

 

정말 편한 호스텔에서 하룻밤을 잤더니,

블레드에서 벌써 며칠은 머문 것 같은 느낌이다.

 

오전에 빈트가르(Vintgar) 국립공원을 다녀 왔다.

 

빈트가르로 가는 방향표지판..

 

만년설이 있는 율리안 알프스는 정말 아름답다.

말똥은 계속 뉴질랜드 퀸즈타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아직 내가 본 적이 없으니 이것도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빈트가르 국립공원 가는 길..

 

 

빈트가르는 블레드 북서쪽으로 4.5km 정도 떨어져 있는 국립공원이다.

1891년 이 곳을 연구하던 지도 제작자와 사진사가 이 풍경에 반해

곧바로 슬로베니아의 관광협회에 알렸고,

1893년 최대한 자연을 보존한 상태로 등산로를 만들어 공개되었다고 한다.

 

블레드에서는 조금 멀기 때문에 버스(15)를 많이 이용하지만,

우리는 버스를 알아 보기 귀찮아서 그냥 또 걸었다.

Bled 마을을 지나….

Zasip 마을을 지나

빈트가르 입구 같은 곳으로 도착했다.

 

Zisap 마을 지나는 중..

 

빈트가르 입구의 폭포.. 슘 폭포라는데 이름은 못 봤다. ;;

 

빈트가르 국립공원 입구 표지판.. 매우 작다. ;;

 

 

가는 내내 발아래 이런 옥빛 물결을 보면서 걷는다.

 

 

사람 없는 곳에서 한 컷..

빈트가르라는 말이 바위 사이의 좁은 협곡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 뜻에 걸맞게 걷는 내내 이렇게 두 바위 사이 갈리진 틈을 따라 이동한다.

 

 

 

자연 경관도 수려하고,

옥빛의 계곡도 정말 아름답고,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고,

초보자들도 쉽게 돌아볼 수 있는 반나절 코스로 딱이다.

어린이들도 많이 오는데,

그만큼 어렵지 않은 코스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빈트가르가 조금 독특한 이유는 바로 산책로 때문일 것이다.

갈라진 두 바위 틈 사이를 따라 가는 1.6km의 산책로는

옥빛 계곡을 발 아래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고,

조금은 아찔하지만 코앞에 보이는 물의 빛깔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산책로를 앞서 걸어가는 말똥..

 

 

내려와서 호스텔로 가는 길...  너무 더워 책을 모자 삼아 간다.  생각 외로 괜찮았음. ㅋㅋ

 

또 잤다.

오늘도 3시간..

일어나니 6시다.. ;;;;

 

가이드북에서도 호스텔 주인 야니 아저씨도 

모두 강추한 블레드 케익을 먹으러 갔다. 

버스 터미널 왼쪽 도보 1분 거리!! 

누구든지 찾을 수 있다. 

곰돌이 간판만 찾으면 된다. ㅎㅎㅎ  

 

바로 이 케익.. 바닐라 크림과 생크림, 그리고 바삭한 껍데기로 아주 유명하다.

블레드에 다녀간 사람 중 90% 다 먹어 보고 간다고 보면 된다... ㅎㅎ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2조각은 거뜬히 먹는다더니,

정말 한 조각은 그냥 없어졌다. 아쉬웠음..

 

요것이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

 

블레드 섬으로 갈지, 블레드 성으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저녁 8시가 넘으면 1인당 8유로 입장료가 면제되는

블레드 성으로 결정! ㅎㅎ

 

사실 블레드 섬으로 가려고 했지만,

섬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전통 배인 플레트나는. 1인당 12유로나 하구

우리는 둘이고

그럼 24유로

보트를 직접 저어서 가는 배는 렌트하는데 10유로 밖에 안 하지만,

우리가 도착하니 오후 7시 까지만 대여 된다고 써 있어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ㅎㅎ

 

블레드 성은 100m가 넘는 절벽 위에 위치해 있다.

그렇다고 등산을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의 기대치라는 게 있어서,

미리 높은 산이라 맘 먹고 올라가는 거랑,

금방 올라가는 동산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가는 거랑

몸에서의 반응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올라가는 데 괜히 숨이 차다.

성으로 올라가는 아주 많은 계단들...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 봤다.

옥빛 호숫물과 둘러싼 산과 색이 크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멋지다.

김일성이 반할만 하다.

 

멀리 블레드 섬을 내려다 보는 말똥..  멋지다.

 

 

지금이야 호숫가에 몇몇 호텔도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 카페들이 들어서 있지만,

20년이 훨씬 넘었을 그 당시에는 아마 그림 같은 풍경이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아마 많은 말 못할 고민과 번뇌가 있었을 것이다.

조용히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냥 사상이 달라서 남북한이 갈라진 것뿐이지,

나라를 잘 이끌어 보겠다는 마음은 다 똑같았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 곳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 내려올 때 한 번 더 찍어 봄..

호수가 넓어서 반 밖에 안 들어온다. ;;

블레드 성은 1004년 독일 황제 헨리크 2세가

브릭센 대주교에게 블레드 지역을 하사한 후,

후에 18세기 무렵 지금의 성을 지었다고 한다.

역사는 그리 흥미로울 것이 없지만,

버스터미널 근처 “Hostel 1004” 라는 호스텔이 있었다.

1004?

천사?

한국인이 주인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블레드 성에 관한 역사를 읽으면서 아하! 했다.

블레드 지역을 하사 받은 연도였다.

호스텔을 지은 사람이 역사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인가 보다.   

 

돌아와서 삼겹살을 구워 와인과 함께 먹으면서

호스텔에서 만난 멕시코 친구와 함께 축구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은 모두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갔는데, 

자기는 여기 축구 챔피언스 리그 파이날(바이엘 뮌헨 vs.첼시) 봐야 해서

여기 혼자 남았다고 한다.

축구는 멕시코 국가대표 스포츠라고 몇 번을 말했다. ㅋㅋㅋ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ㅋ

 

난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뒤늦게 온 멕시코 친구의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축구에 대해서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관심이 없더라도,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겠다는..

이건 뭐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ㅠㅠ

외국인들과 있을 때 말똥이 나보다 더 말을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외국인들보다 더 잘 아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ㅎㅎ

말똥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아니면 저녁 시간이 매우 지루할 뻔.. ;;;

 

내일은 배를 저어서 블레드 섬으로 간다.

크로아티아(크로에이샤) 여행 준비도 조금 하고..

정말 블레드에서 잘 쉬다가 간다. ㅎㅎ